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정부혁신전략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와 공직의 공공성 회복'이라는 정부혁신 목표를 재차 강조하며 공직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정부 혁신'을 강도 높게 외쳐왔지만 결국 '공적 지위와 권한이 사사롭게 행사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는 점에서 공직사회의 문화 자체를 근원부터 뜯어고치는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다. 이는 특히 지난해 탄핵정국을 추동하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혁명'의 시대적 요구라는 데 문 대통령은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정부혁신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두 정부에서 국민은 청와대로부터 공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적 지위와 권한이 사사롭게 행사되는 것을 많이 봤다"며 "그 결과는 대통령의 탄핵으로 귀결됐고 우리 정부는 촛불 정신의 구현을 국정 목표로 삼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최우선 혁신 목표를 한 마디로 압축하면 정부와 공직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 진정으로 국민의 공복이 되는 공직문화를 바로 세우는 게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정부 혁신의 근본"이라고 힘을 줬다.

다만 문 대통령은 공무원 조직을 단순히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시간을 두고 국민의 눈높이와 체감도에 부응하는 실질적 혁신의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과 공무원들이 직접 참여해 정부혁신 종합추진계획을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정말 수고했다"며 "대통령이 바뀐 이후 공직자 모두가 달라지고 공직문화도 확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혁신 목표를 세워 노력하는 게 당장 체감이 안되더라도 2년, 3년 시간이 지나고 나면 표가 난다는 점을 확신을 갖고 강력하게 추진해나갔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는 과거부터 켜켜이 쌓여온 '적폐형' 부정·비위사례에 대해 분명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강원랜드로 대표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채용비리 경과를 보고받고 "채용비리가 드러났는데도 가담자나 부정합격자 처리에 소극적인 공공기관 책임자에 엄중히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했다.
 

'정부혁신 추진방향' 발표 듣는 문 대통령

청와대는 강원랜드 감독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정하게 합격한 것으로 확인된 226명 전원에게 직권면직 등의 조치를 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랜드 노동조합이 226명의 직권면직 조치에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하는 등 곳곳에서 공직사회 부정부패 엄단 의지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성적이나 순위가 조작돼 부정하게 합격한 사람은 채용을 취소하거나 면직하고 억울하게 불합격한 사람들은 구제해줘야 한다"며 "그것이 채용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바로 세우는 출발"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의 피해를 근절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적 과제가 됐다"며 "공직에서부터 모범을 보여야 여성이 유리 천장을 깨고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해 공직자들의 솔선수범도 주문했다.
 

'정부혁신 추진방향' 발표 듣는 문 대통령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정의와 도덕성을 강조하는 만큼 작은 도덕적 흠결조차 정부의 신뢰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해 높은 도덕성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어려운 한자와 일본식 외래어 법령 등을 이해하기 쉬운 우리 말로 바꿀 것을 지시했는데, 이는 공무원과 전문가가 독점해 온 권위적인 면을 버리고 국민을 향해 더욱 낮은 자세로 공무에 임하라는 주문이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기준으로 '국민의 눈높이'를 제시해 공복으로서의 자세를 잃지 말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은 국민의 눈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라며 "국민의 수준과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정부혁신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개혁의 역설이란 말이 있듯 개혁할수록 국민의 기대는 더욱 높아진다"고 말해, 공직사회의 개혁이 쉼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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