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수, 명예직 체육단체장들의 연임 제한...시대착오적 규정으로 폐지 공론화 해야"

한국축구대표팀이 AFC 2023카타르아시안컵축구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패해 탈락한 이후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의 4연임 출마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한 불똥이 대한체육회로 튀고 있다. 

최근 모 지상파 방송사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방송 보도를 통해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 도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것.

이와 관련해 체육인들 사이에서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체육단체장 연임 제한...누구를 위한 규정인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2025년 2월에 치러질 예정으로 앞으로 1년이나 남아 있는데도 대한체육회장을 콕 집어서 연임 문제를 다룬 이유에 대해 체육인들은 주목하고 있다.

체육계에 따르면 이기흥 회장은 공익감사 청구, 국가체육위원회 설립 등으로 최근 문체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일부 체육인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체육회장뿐만 아니라 체육경기 단체장의 연임 제한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체육단체장의 연임 제한 규정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체부가 일부 체육단체장들의 협회(연맹) 사유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체육인들의 시각은 다르다.  

그들은 대한체육회 정관 허가 권한을 가진 문체부가 대한체육회와 경기단체들을 자신들의 확실한 지휘감독 아래에 두기 위해 이 규정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체육인 A씨는 "문체부가 정관허가 권한과 재정 지원을 앞세워 무엇보다 자율성이 강조되어야 할 체육단체들 위에 군림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육단체장은 '무보수 명예직'...높은 급여 받는 지방자치단체장과는 달라

모 방송이 지방자치단체장의 3선 연임 제한 규정을 예로 들면서 대한체육회장의 연임 제한 규정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체육인들은 '체육인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공분했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체육단체 임원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회장의 경우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장기 집권의 폐해를 막기 위해 시장·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 3선 연임을 제한하는 것과는 본질이 다르는 것. 

체육인 B씨는 "체육단체장은 무보수로 봉사하는 명예직이다. 임기 제한 규정이 있다고 해서 지방자치단체장과 똑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비교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무보수 봉사직에 연임 제한을 굳이 해야 한다면 높은 급여를 받고 각종 특권을 누리는 일부 기관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은 더 강력한 연임 제한이 필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의무위탁해야 하는 단체인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의 비상임 조합장의 경우 연임 제한 규정이 없다. 국회의원 또한 연임을 제한하지 않는다.

 

체육인들, 주권회복 위해 공론의 장으로 나서야 

체육단체장을 비롯한 경기단체장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선거는 전문체육뿐만 아니라 생활체육의 선수 지도자까지 포함해 무작위로 선임된 선거인단의 비밀투표로 진행된다.

체육인 출신 C씨는 체육단체장의 연임 제한은 현직 임원에 대한 피선거권 침해, 체육인들의 선거권 제약, 지역사회 지방체육회 임원 인력풀 부족,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행복추구권 침해 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출된 체육단체장에게 연임 제한을 두고 싶은 것이라면 차라리 모든 경기종목 단체장들을 문체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임명하라"면서 "체육단체장의 연임 제한 규정이 정당한지 헌법소원이라도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육인들이 주권 회복을 위해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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